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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들

Fragments

김병걸 (미술가)

2008 개인전 Fragments / AKA갤러리

 

 

 

나는 개인적 이미지를 제조하는 일에 있어서 질료의 혼합이 연금술 혹은, 도금 술인가의 차이를 보여주기 위한 변명일지도 모르는 말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문제의식이나 갈등이 많고 적음을 따져본다면 이 시대의 감성 읽기에는 무거울 수 있다. 현재하는 삶의 표정은 중요하다. 우리는 천 년 전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모르는 것처럼 천년 후 역시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그림자 같은 소문만 간혹 들려 올 뿐이고 어느 누군가는 흩어진 편린들을 비밀스런 장소에 은밀히 모으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파편으로 만들어진 형상들은 다소 느릿한, 바라보기를 간절히 원하는 장면으로 이름도 없으며 실재이기를 거부하는 변질된 부재이다. 사각의 파편들은 결국 본질에 대한 성찰이 무의미 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내용 없음’의 코드 이기도하다. 부재는 새로움을 향한다. 그것은 형태의 시작이다. 하나의 존재가 다른 것과 다른 특성을 갖는 이 형태들은 어떤 형상도 어떤 차원도 없다. 이름이 소멸되어 그림자처럼 남은 그들은 모두가 ‘대명사 그’로서 포함되어진다. 그들은 인칭이 혼용되었으며 그 누구도 아니다.

정체불명으로 흔들림을 보여주고 있는 사진들은 땅과 하늘, 공기, 무형의 생명체까지도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음을 환기시킨다. 이미지의 분할은 실제와 가상 사이에서 이분법을 해체 시킨다, 이러한 파생된 실제들은 예전부터 늘 가까이에 있었다. 원형은 변질되지 않았으며 간극만이 있을 뿐이다. 여기 이야기에 근접하는 한편의 시가 있어 적는다.

 

 

도망자의 악몽에 빠지며 황폐한 정원에 그가 서 있다.

갑자기 거리는 춤을 멈추고, 푸른 손은 떨고 있을 때

그는 모든 것이 오늘에 있음을 이제야 안다.

다른 삶이 끝난 후 잠에서 막 깨어난 느낌이이지요.

 

누가 알 수 있을까

내가 왜 여기 서 있는지

모두가 정상은 아니지요

사실,

가장 피곤한 건 바로 당신이었지요

그는 환자이며 제 친구입니다

 

(어디에도 없는/ 김병걸)

copyright KIM Byung-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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