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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혹은 잿더미

A SHADOW OR A HEAP OF ASHES

김병걸 (미술가)

2011 죽음에 이르는 병 / 닻 미술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실체가 사실은 그림자 일지도 모른다.’는 휴머니즘적 주제를 갖고 있다. 갈망의 종착지를 꿈꾸며 환승을 기다리고 있는 장면으로서 관망자인 작가는 ‘과연 치유와 회복은 어디에 있는가?’ 라는 근원에 대한 질문을 가지며 가상세계와 현실 사이에서 인간이기에 버릴 수 없는 이중성으로부터 시작된 충족욕구의 고통으로 부터 벋어나려는 현대인들의 풍경을 텍스트로서 이미지를 구성하고 있다. 또한, 표면에 붙어있는 질료인 재(Ashes)는 태초, 갈망, 환영, 허무, 기억, 회귀 등의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 모두는 태생, 또는 사회성의 불안을 극복하려고 욕망에 빠져든다. 하지만 그 욕망은 타자의 욕망이 혼재되어 혼란스럽고 변질된 부재로 떠돈다.

부재의 주변을 배회하는 불안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쓰다듬고 위로하는 것이며 그러기에 소외나 결핍 또한 부정이 아닌 긍정으로서의 인식이어야 한다. 욕망 혹은 환상은 우리의 본질이 아니다. 불가능한 꿈이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그것은 ‘허무’이다. 그러한 ‘허무가 새로움의 원천이 될 수 있음’을 여기에 쓴다.

 

우리는 모두 침입자다.

나의 집은 도처에 있다.

우린 맹수들에게 시달리고 있어!

그들이 피에 물든 짐승은 아니다.

우리들은 공허한 틀 속에 갇혀 있어!

너의 눈과 나의 눈이 착란에 빠져든다.

전체가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실재에서 변질된 당신들은 아무 곳에서도 찾을 수가 없지.

내 이름은 박제화 된 텍스트 속으로 사라진다.

문장이 사건을 부른다. 하지만 사건은 문장을 버린다.

이상은 정신분열증을 초래한다.

허무, 그것만이 우리를 구원 할 수 있다.

깨달음과 허탈은 통하는 데가 있다.

예술은 시간도 모르고 부정도 모른다.

욕망, 그것은 재앙이다.

우리들의 뼈가 헤어지고 있어!

그러나 우리는 사랑이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을 발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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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중 ‘검은 의자의 중얼거림’에서 반복되는 문장의 前文)

copyright KIM Byung-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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